교회를 떠나야, 교회가 산다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양화진 문화강좌는 깨어서 듣고자 하는 사람들로 넘치고 있다. 좌석마다 주인 없는 물건들이 내 자리다는 흔적을 남긴 채 문화에 허기진 사람들로 가득 찬다.
4월1일은 만우절이다. 그래서 오늘의 강사인 염재호 교수는 첫 화두를 이렇게 던졌다.
“오늘은 거짓말을 해도 부담이 없다”는 조크로 마음 문을 열어주었다. 내 귀에는 “오늘만은 거짓말을 하지 말자는”소리로 들려왔다. 연일 우울한 뉴스를 접하며 천안함 속에 갇혀있는 어린 자식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왔지만 잠시 잊고 염재호 교수 강의에 귀를 열고 다가앉았다. 염재호? 그는 과연 누구인가?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했노라
16대 대선진행자로서 알려진 방송인, 고대 행정학교수, SBS ‘염교수의 시사진단’진행자... 얼핏 보면 직업이 방송인 같지만 그는 참 자유함을 누리며 꿈을 현실에서 실현시키고 있는 지천명세대였다. 대학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행정학을 나오면 판, 검사도 할 수 있고 선생도 할 수 있다는 말에 막연히 선택했던 학과였다 한다. 훗날 교수가 되고 보니 셋 다 할 수 있어 자신의 직업대한 감사가 넘치고 있었다. 신앙 안에서 직업과 일상에서 성실히 꿈을 키우고 있는 본향을 향한 나그네 였다.
그는 삶의 현장에서 더 베스트(The Best)가 아닌 더 세컨드-베스트(The Second-Best)를 선택했던 것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 했다. 그의 현주소는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깊은 곳에서 자연 친화를 만끽하며 살고 있었다. 교통의 흐름을 역으로 이용한 역발상의 전환이 그를 자연처럼 자유하게 했나보다.
자녀들 교육방식도 입시지옥에 메인 먹이사슬을 가감하게 끊어버렸다. 고액 과외와 학원가를 다녀야하는 사교육을 완전히 무시해버린 것이다. 이 시대 부모와 아이들이 겪어야 할 사교육 고통의 사슬을 가감하게 절단해 버린 것이다. 염교수는 교회가 수능 시험 때 마다 ‘수능시험을 위한 100일 기도’를 드리는데 왠지 마음이 가지 않아 기도회에 갈 수 없었다 했다.
그것은 내 아이만을 위한 이기적인 기도를 드려야 했기에 ‘과연 하나님이 개인의 성취만을 위한 기도를 기뻐 받으실까?’하는 응답 없는 마음에 발걸음이 가지 않았다 했다. 다른 아이들이 점수를 못 받아야 내 아이가 대학을 가는, ‘너 죽이고 나만 살자는’기도는 차마 드릴 수가 없었나보다..
이러한 교육정책의 문제를 교회가 먼저 교회개혁을 통해서 우리사회 병폐인 사교육을 넘어 기독교가 사회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감당하자 했다. 그러나 패러다임의 발상은 환호하고 싶었지만 잠시 아늑한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것은 기존교회의 아픈 환부들을 내 자신부터 깊이 잘 알고 있는 문제였기에 심각하게만 들려왔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먼저 실타래를 풀어야 할지 고민 끝에 나는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글을 통해서 아픔을 동감하며 함께 깨어나 교회를 떠나 생활신앙인으로 돌아가자는 작은 외침을 오직 글로 남기고 있다.
미래사회와 한국의 기독교
오늘의 강사인 염교수도 현 개신교 상태를 조심스레 진단하며 마치 토끼가 잠수함속에서 산소부족으로 죽어가고 있는 긴박한 상태로서, 서둘러 수면위로 올라가지 않으면 모두 자멸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암시했다. 그것은 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떠나 양적인 성장과 보여 주기위한 형상에 집착한 성공신화에 빠져 교회의 사명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교회 30년 양적인 성장에서 벗어나 성공 신화 뒤에 숨겨진 문제들도 잠시 진단해 보았다. 교회를 찾아 들어온 사람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왜 교회를 떠나 버리는지 함께 고민해 보았다. 누구나 병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병원을 찾아와 정확한 진단을 받고서 체계적인 정밀 치료과정을 통해 점차 건강을 회복해 간다.
이와 같이 교회도 반드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는 곳이다. 문제를 안고 들어온 환자들에게 병을 치료해 주는 것이 가장 우선임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교회가 병원비부터 원무과에 완납해야 만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한다. 그것도 부족해 주위에 아픈 환자들을 더 많이 데려오라 하니 환자는 병을 고치러 들어왔다가 오히려 더 큰 병을 안고 떠나버린다.
이렇듯 양적인 성장에 치우쳐 질적인 치유가 치료되지 않았기에 그 빈 공간에 보여 지는 형상들이 우상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 우상은 바로 목회자가 될 수도 있고 물질과 건물이 자리매김 할 수도 있다. 또한 교회 오래된 자들이 직책을 한 번 맡으면 그곳에 주저앉아 자신의 아성을 쌓으며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교회 봉사직은 각자의 열심 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흘러가야 한다. 교회 봉사는 의무이며 권리가 아니기에 내 자리, 내 것이 아니기에 말이다.
각자 지금 자신들이 섬기고 있는 교회 주일학교 현황을 한번 살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소수 고령의 직분자 들이 몇 십 년 주일학교 부장, 총무, 간사, 선생 자리를 고수한 채 마치 믿음 좋은 봉사자 행세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부임한 전도사나 목회자도 감히 그들이 정해놓은 원칙과 틀에 근접할 수가 없다. 그들이 정해놓은 것이 법이고, 그것이 바로 믿음 좋은 봉사인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 자신부터 교회 안에서 어떤 직분을 맡고 있으며 내 스스로 직분을 빙자한 아성을 쌓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진단해 보아야 할 문제들이다.
그리고 주일학교만은 신나고 즐거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 여전히 공과공부와 말씀 암송으로 틀 안에 가둔 주입식 교육으로 지루함을 더해주고 있다. N세대는 인터넷 세대다. 엑티브(Active)하게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교회가 과외나 학원보다 더 가기 싫은 곳이 되기 때문이다. 주일만은 아이들에게는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새로운 공간적인 변화와 시각적인 변화가 시행될 때 교회는 신나는 공간이 되지 않겠는가? 가정과 학교에서 공부에 시달리다 지쳐 온 아이들에게 또다시 공과공부와 주입식 교육으로 쇠뇌 시키니 주일학교는 그야말로 학교와 학원보다 더 혹독한 지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간파한 염교수는 현재 섬기고 있는 정릉교회 교육담당 장로직을 시무하면서 과감한 교육개혁을 시행한 실무자였다. 먼저, 교회교육의 이념을 "하나님 나라 가치를 추구하는 '하나님의 교육'"으로 정했다. 시대와 민족을 이끌어 갈 신앙(Faith)과 성품(Character)과 실력(Exellence)을 갖춘 크리스천 리더 양성을 인재 상으로 세운 것이다.
그 결과 많은 시시비비가 얽혔지만 교회 미래 N세대( New Generation)를 위해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교회는 성공신화에서 주저앉을 수밖에 없기에 과감한 개혁을 시도 한 것이다. 오늘날 교회가 관료주의적 경직성까지 세상을 닮아가고 있기에 청소년들이 조직화에 숨이 막혀 교회를 떠나고 있는 현실을 정확히 진단한 것이다. 진정 교회를 떠나 교회를 살려야 할 사람들은 여전히 교회를 열심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교회는 사람이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인이 될 때 스스로 낮은 곳을 향해 흘러가는 움직이는 성전이다.
안락한 벧엘에 안주해 있는 오래된 자들이 가정과 이웃으로 돌아 갈 때 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회복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프로그램으로 성도들을 교회 안에 안주시키지 말고 세상을 향해 떠나가는 생활신앙인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모든 교육과 프로그램을 접고 군중의 무리에서 흩어져 홀로서서 주 만 바라보고 갈 수 있는 건강한 신앙인을 양성하는 것이 질적인 성장 아닌가?
염교수는 양적인 성장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한국교회 현실을 차라리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았다. 숫자를 벗어나 질적인 성장으로 복음의 본질에 충실 한다면, 미래사회 한국교회 역할은 세상을 밝혀줄 빛의 사명을 다 할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 주었다.
강의가 끝나자 진행자가 가장 곤란한 질문을 던졌다. 염교수님의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일상에서 닮고 싶은 하나님이지만 가까이 가면 더 멀리 가 계신 것 같고, 음성을 듣고 싶어 가까이 가면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는 인격적이고 초월적인 하나님을 보여주었다. 침묵하시는 하나님은 사랑이시기에 집 나간 모두를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집 나간 한국교회를 향해서, 어서 돌아오라고......, 집 나간 오래된 자들을 향해서, 어서 돌아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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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인남- 당당뉴스 행정실장, <크리스챤이여 핸들을 꺾어라>의 저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