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마가복음 6장 34∼44절) 2018.2.8
오병이어 말씀은 사복음서에 등장하는 몇 안 되는 이야기들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인상적인 사건이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초점은 기적이 아닌 전혀 다른 그 무엇입니다. 성경이 오늘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진짜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날이 저무는 황량한 빈들에서 무리를 마을로 보내 무엇을 사먹게 하자는 제자들의 말에 예수님은 엉뚱한 대답을 하십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그들로 사먹게 할 것이 아니라 바로 너희들이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라.” 제자들은 곧바로 볼멘 대답을 합니다. “우리가 가서 이백 데나리온의 떡을 사다 먹이리이까?”
제자들은 수천 명의 무리를 먹여야 할 사람이 바로 자신들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자신들에게는 그럴만한 능력이 전혀 없었습니다. 능력 이전에 그런 마음, 그런 생각 자체를 못했습니다.
왜 예수님은 제자들의 모습을 뻔히 아시면서도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신 걸까요. 여기서 무리를 바라보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시선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예수께서 나오사 큰 무리를 보시고 그 목자 없는 양 같음으로 인하여 불쌍히 여기사 이에 여러 가지로 가르치시더라.”(34절) 여기서 “불쌍히 여기셨다”(스플랑크니조마이)는 내장 또는 창자를 뜻하는 ‘스플랑크논’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른, 내장이 꿈틀거릴 정도로 격렬한 긍휼의 마음을 가리킵니다.
“저 굶주리고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촌과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 것을 해결하라고 냉정하게 말하기에는 내 가슴이 너무나 아프다. 나의 이 마음을 너희가 아느냐?”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는 말씀은 제자들에게 바로 이 마음을 함께 가지라는 말씀입니다.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떡이나 돈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떡이나 돈이 아니라 ‘긍휼의 마음’입니다. 예수님에게는 하나님 말씀에 굶주리고, 육신적인 허기에 지쳐있는 한 영혼 한 영혼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의 눈에는 그저 귀찮은 수천 명의 무리,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만이 보였을 뿐입니다.
예수님에게는 어떻게든 그들을 먹이고 싶은 목자의 심정이 있었지만, 제자들에게는 그런 목자의 마음이 전혀 없었습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는 말씀에는 “목자의 마음을 가져라.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나 예수의 마음을 품으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오병이어의 말씀은 그런 마음을 품을 때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이 나타남을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긍휼히 여기는 주님의 마음이 보잘 것 없는 오병이어로 흐를 때, 놀라운 역사와 기적이 나타납니다. 믿음이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긍휼히 여기며 섬기고자 하는 마음, 즉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이 마음을 가지고 주님 앞에 나아갈 때, 우리가 가진 작은 것을 주님 앞에 드릴 때, 주님의 놀라운 능력과 주님의 영광이 나타납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세상은 마음이 흐르는 세상입니다. 그리스도인이 주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품고 그 마음을 흘려보낼 때,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납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굶주린 아이들을 생각하며 “나는 돈도 능력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마음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있는가를 보시는 하나님은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우리의 오병이어를 통해 놀라운 능력의 역사를 이루십니다. 우리의 작은 섬김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나는 생명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축원합니다.
박종숙 목사(전주중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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