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예배자(요한복음 4장 5∼30절)
요한복음 4장은 예수님의 사마리아 수가성 방문으로 시작됩니다. “사마리아를 통과하여야 하겠는지라”(요 4:4)는 주님의 말씀은 유대를 떠나 갈릴리로 가는 길에 사마리아를 꼭 거치고자 하시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복선으로 보여줍니다.
당시 사마리아인과 유대인 간에는 종교적, 민족적 감정이 앙금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BC 722년 앗수르는 북이스라엘 사람들과 앗수르 거주민 각각을 메대와 사마리아로 서로 교차 이주시키면서 민족을 뒤섞는 식민통치 정책을 폈습니다(왕하 17:2∼24). 유대인들은 이 때문에 사마리아인을 아브라함의 정통 혈통을 잃어버린 혼합 신앙의 패배자로 무시했습니다. 덩달아 사마리아인들도 유대인들에 맞대응하면서 이들 사이의 갈등은 깊어졌습니다.
주님은 이런 역사적 상황 속에서 버려진 사마리아 지역을 방문해 유대와 사마리아 사이에 오가는 예배장소 논쟁을 영적으로 정확히 규명하고자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먼저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을 걸어 물을 달라고 하십니다.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수에 대해 말하고 참된 예배의 대상이 예수님인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님의 요청을 들은 사마리아 여인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습니다. 두 민족의 역사적 갈등 상황은 짧은 대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하지만 주님은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깊은 대화를 이어갑니다. 사마리아 여인이 영생의 의미와 예배의 본질을 깨닫고 참된 예배자로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여러 남편과 동거했습니다. 이 때문에 동네사람들의 눈을 피해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우물가에 나와야 했습니다. 예수님이 이를 꿰뚫어 보고 있다는 걸 깨달은 여인은 감탄하며 “주여 내가 보니 선지자로소이다”(요 4:19)라고 고백합니다.
그는 이어 그리심산과 예루살렘의 예배장소 논쟁을 언급합니다. 주님은 이 대화에서 사마리아인들의 혼합적인 종교성을 “알지 못하는 것을 예배하고 있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예배회복의 필요충분조건은 ‘신령과 진정’이라고 선포하십니다. 여기에는 사마리아인들의 혼합신앙, 유대인의 교만한 율법주의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습니다.
주님은 이어지는 대화 끝에 “내가 그라”(요 4:26)고 말씀하십니다. 여인에게 예수님이 참된 예배의 대상임을 깨닫게 한 것입니다.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의 예배논쟁은 성령의 임재와 말씀의 본질을 망각한 왜곡된 예배행위의 행동수정을 위한 메시지였던 것입니다.
예수님과 대화한 여인은 달라진 모습을 보입니다. 그는 물동이를 버려두고 동네에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내가 행한 모든 일을 내게 말한 사람을 보라. 이는 그리스도가 아니냐”(요 4:29)고 말합니다. 참된 예배의 대상인 예수님을 구원자로 만난 뒤 즉시 이웃에게 증거한 것입니다. 여인의 선명한 전도 메시지에 사람들은 반응했고 주님 앞으로 나왔습니다.
주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의 삶은 이후로도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는 수가성뿐 아니라 근처 여러 도시를 다니며 예수님이 사마리아와 유대인의 진정한 예배의 대상이 되시는 메시아라는 사실을 증언하지 않았을까요.
진짜 예배에 대한 고민과 해답은 본문에 나오는 예수님의 예배선언에 비춰 성찰돼야 합니다. 모든 성도는 예외 없이 성령님의 충만한 임재와 진리의 말씀으로 변화된 삶의 고백으로 교회에서의 예배와 일상의 예배를 드리고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수가성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님을 만나 잃어버렸던 예배자의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그는 사마리아와 유대 민족을 향해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선교사로 살아갔을 것입니다. 참된 예배의 의미와 본질을 깨달아 복음이 필요한 일상의 모든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계속 외치는 성도 여러분이 되길 기도합니다.
박정우 목사 (광운대선교회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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