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용어 바로 알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나라는 오랜 세월 동안 사회 전반에 걸쳐 불교와 유교의 영향을 받아왔다. 이는 기독교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상당수 불교나 유교의 용어가 교회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말이다. 기독교인은 조문하면서 유족을 위로할 때 흔히 이렇게 말한다. 장례예배를 인도하는 목회자들도 “잠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침묵으로 기도드리겠습니다”라고 종종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기독교적 표현은 아니다.
‘명복(冥福)’은 불교에서 온 말이다. 불교에선 죽은 사람이 가는 곳을 명부(冥府)라고 한다. 명부에는 사후세계를 다스리는 염라대왕이 살고 있고, 죽은 사람은 이곳에서 심판을 받게 된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죽은 사람이 이 명부에 가서 염라대왕으로부터 복된 심판을 받아 극락에 가게 되기를 기원한다는 말이다. 불교의 내세관에서 비롯된 말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아닌 불교의 신관을 그대로 담고 있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상을 당한 아내를 일컬을 때도 ‘미망인이 되신 ○○○ 성도님, 집사님, 권사님을 위로해 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미망인(未亡人)’은 왕이나 귀족이 사망했을 때 처자와 노비를 함께 매장하던 순장(殉葬)제도에서 비롯된 말이다. 순장은 고대 인도와 메소포타미아를 비롯해 아시아권에서 행해졌고, 우리나라에선 신라의 22대 지증왕 3년(주후 502년)에 금지된 제도다. 미망인은 남편이 죽었기 때문에 순장제도를 따라 마땅히 죽어야 하지만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기독교 장례문화 용어로는 쓸 수 없는 말들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말 대신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혹은 ‘부활의 소망을 가지시기 바랍니다’가 어울린다. ‘미망인’이라는 말도 ‘고인의 아내(부인)’라고 표현하는 게 적합하다.
이상윤 목사(한세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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