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용어 바로 알기] 교회 창립과 설립
교회를 개척하면 ‘창립(創立) 예배’ 또는 ‘설립(設立)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또 교회마다 개척된 날을 기념하며 ‘창립 몇 주년 기념예배’ ‘설립 몇 주년 예배’라고도 쓴다. 홈페이지나 주보에도 교회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몇 년도에 ‘창립’됐다거나 ‘설립’됐다는 말로 교회가 시작된 해를 알린다. 창립의 사전적 의미는 근원적인 시작을 뜻하며 어떤 기관이나 조직이 처음으로 세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성경은 에덴동산을 “여호와 하나님이 동방의 에덴에 동산을 창설(創設)하시고 그 지으신 사람을 거기 두시니라”(창 2:8)고 말씀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는 ‘창설’과 ‘창립’을 자주 묻는 용어로 규정해 두 단어의 차이를 소개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창립과 창설은 같은 의미로서 근본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고 있다. 창립은 에덴동산과 같이 어떤 것이 근본적으로 처음 세워진 것을 의미한다. 설립은 창립과는 달리 근원적인 시작의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다.
사도행전 2장을 보면 교회는 오순절 성령강림과 함께 탄생했다. 교회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후 많은 교회가 개척됐다. 바울은 3차에 걸친 선교여행과 마지막 로마로 압송되기까지 여러 지역을 다니며 교회를 세웠다. 하지만 교회의 시작을 창립의 의미로 쓴 적이 없다. 왜냐하면 교회는 예루살렘에서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교회는 헬라어로 ‘에클레시아’이다. 이 단어는 신약성경에 112회 사용되고 있지만 교회의 건물과 같은 것에 적용된 것은 아니다. 회중(assembly)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행 19:32, 41). 몇 사람이 모여 새롭게 교회를 시작하기 위해 모였다면 건물이나 예배를 드릴 장소가 없다고 해도 교회이다. 보편적 교회(universal church)의 한 부분으로 설립된 것이다. 모든 교회가 기독교 신앙으로 한 몸을 이루고 뿌리를 같이하고 있다면 근본적으로 처음 세워진다는 의미인 창립보다는 설립이라는 말을 쓰는 게 바른 표현이다. 그러므로 교회들의 시작도 설립이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상윤 목사(한세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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