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낮추는 예절
영국 조지6세의 딸인 엘리자베스 공주는
어느 날 파티에서 만난 한 해군 장교에게 첫눈에 반했다.
활달하고 거침없던 공주는 그 해군 장교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1947년 11월 결혼했다.
2007년 결혼 60주년을 맞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 공.
필립 공 여왕의 그늘에 가려 자신의 뜻보다
왕실의 뜻을 좇아 살아왔음에도 늘 따뜻한 배려와
겸손한 예절을 잃지 않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한번은 펠레가 영국에서 경기를 한적이 있다.
축구를 좋아했던 필립 공은 펠레의 열광적인 팬으로
여왕과 함께 직접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가 끝난 뒤 왕실 측근들은 필립 공이 펠레를 직접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 펠레를 데리러 갔다.
마침내 펠레가 안내인을 따라 귀빈석 족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펠레는 대영제국 여왕 부부를 직접 알현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귀빈석을 향해 막 계단을 오르려 할 때 갑자기
필립 공이 멈추라는 동작을 취했다.
잠시 뒤 필립 공은 수많은 영국 관중이 보고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소 객석 아래 경기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펠레에게 인사한 뒤 힘찬 악수를 나누며 말했다.
"펠레씨, 나는 대영제국의 필립 공에 지나지 않지만
경기장 안에서만큼은 당신이 황제입니다.
대영제국의 필립 공이 그라운드의 황제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상대에 대한 이보다 더한 예우가 있을까?
수많은 스캔들로 얼룩진 영국 왕실이 여전히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것은 바로 이러한
따뜻한 예절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