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의 저주인가 은혜의 복음인가(출애굽기 20장 3∼17절) 2018.3.12
십계명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만큼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죄인인 인간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합니다. 뉴스에 등장하는 범죄자들을 보면 “저런 죽일 놈”이라고 욕하면서 손가락질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큰 소리 칠만한 형편이 못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단지 다른 사람에게 안 들킨 사람이 들킨 사람에게 큰소리 치고 있는 형국일 뿐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권력이 있으면 소위 ‘갑질’을 하려 하고 남보다 조금만 잘하면 상대를 무시하려 합니다. 우리도 언제든지 환경과 기회가 주어지면 범죄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인간 속에서 나오는 것이 우리를 더럽게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교만한 눈으로 형제를 바라보고 스스럼없이 남을 업신여기며 잘못을 들춰내고 정죄하기를 좋아합니다. 내게 잘못을 저지른 형제를 용서하지 못합니다. 주님께서 사랑하라고 보내주신 이웃과 형제들을 비난하기 바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신 인간을 정죄할 자격은 아무에게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십계명을 왜 주셨겠습니까. 사실 모세가 출애굽 하던 당시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기 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사를 통해 동물이 대신 죽는다는 게 무슨 말인지도 몰랐고 그들에게 ‘너희는 모두 죽어 마땅한 죄인’이라고 가르쳐 봤자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린아이도 알아들을 만큼 쉽고 간단한 계명을 그들에게 주신 것입니다.
십계명의 첫째 계명은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계명이 처음에 나오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너희가 만일 이 첫 계명을 어기고 나 외에 다른 신을 둔다면 다른 계명들도 절대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가르쳐 주시기 위함입니다. 또한 우리에게 주신 십계명은 율법의 저주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은혜의 십자가를 바라보게 하는 것 입니다.
십계명을 통해 인간은 두 부류의 유형으로 갈라지게 됩니다. “나는 하나님 없이도 십계명을 얼마든지 지킬 수 있다”고 자신하는 유형과 “나는 하나님 없이는 도덕법 한 줄도 제대로 못 지킨다”고 고백하는 유형입니다. 후자의 경우는 사망의 몸에서 건져줄 수 있는 길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뿐이란 것을 깨닫고 십자가 앞으로 나올 수 있지만 전자는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
우리가 십계명 앞에서 보여야 할 반응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나 자신부터 십자가에 올라가 죽는 것입니다. 형제를 용서하려면 내가 먼저 살인하고 간음하고 다른 계명들을 온전히 지키지 못한 것을 자복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십자가 복음을 알고 은혜 안에 들어오는 사람이 겪게 되는 첫 반응은 완전한 절망감에 빠지는 것입니다. ‘내가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가’ ‘내가 할 수 있는 게 죄 짓는 것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에 빠져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 내랴( 7:24)”고 탄식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완전한 절망에 빠져야 완전한 소망이 생깁니다. 그런 사람이 십자가의 진리를 깊이 묵상하고 주님의 긍휼하심을 바라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죄책감이 나를 짓누를 때마다 십계명의 첫 번째 계명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오직 하나님만 바라볼 때 우리에게 소망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바울처럼 “나의 나 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라고 고백하며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날마다 조금씩 예수님을 닮아가게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결국 세상 사람들이 절대로 하지 못하던 일흔 번씩 일곱 번 용서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십계명은 율법의 저주가 아니라 은혜의 복음인 것입니다.
서문교 목사(경산 꿈이있는우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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