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이와 같이 하라(누가복음 10장 25∼37절)

너도 이와 같이 하라(누가복음 10장 25∼37절) 2018.4.12

 

어떤 율법교사가 예수님을 시험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선생님,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25절)” 예수님께서는 율법에 기록된 대로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고 일러줬습니다. 율법교사는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면 내 이웃이 누구니이까?(29절)” 이 질문을 바로 이해하려면 ‘이웃’의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유대인들은 흔히 ‘이웃’이라는 단어를 같은 유대인으로 한정해서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율법교사의 질문은 ‘같은 유대인 중 우리가 도와야 할 이웃은 누구냐’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율법교사를 향해 예수님께선 한 가지 얘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길에서 강도를 만나게 됩니다. 30절을 보니 ‘그 옷을 벗기고 때려 거의 죽은 것을 버리고 갔다’고 했습니다. 사회적 신분을 보여주는 옷조차 벗겨진 그는 누군가 발견해서 도와주지 않는다면 황량한 광야에서 생을 마감해야 할 형편에 처해 있었습니다.

 

때마침 제사장이 그 길을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그는 길가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고 피해 지나갔습니다. 얼마 후 레위인도 그 길을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눈길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그 사람의 생이 끝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때 사마리아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는 똑같은 현장을 봤지만 반응은 달랐습니다. 사마리아 사람은 그를 보자 불쌍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 후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 돌봐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튿날 여관 주인에게 두 데나리온을 주면서 이 사람을 돌봐주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이 비유를 전해 듣던 유대인들의 생각과 달리, 자신들이 짐승만도 못한 존재로 여겼던 이 사마리아 사람이 진정한 이웃이었던 것입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다시 질문을 하십니다.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36절)” 그러고는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37절)”고 명했습니다.

 

지난 2월 ‘7000미라클-열방을 향하여’ 촬영차 과테말라에 다녀왔습니다. 이때 강도 만나 피를 흘리고 있는 것과 같은 삶의 현장을 눈앞에서 마주했습니다. 저 자신이 이 비유에서 말하고 있는 레위인과 제사장 같은 삶을 살았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나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핑계로 그들을 피해 지나갔던 것입니다.

 

주님은 이 비유에서 이웃이 돼 주는 일에 경계가 있어선 안 된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닌 것입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 삶의 모습입니다.

 

지금 이 세상은 사람들의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워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냉랭한 세상에 따뜻한 봄소식을 가져오는 영적 사마리아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삶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정 도움이 필요한 사람 곁에 다가서고, 그들의 필요에 응답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이 사명이야말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2000년 전 율법교사에게 했던 물음을 지금도 동일하게 우리에게 던지고 계십니다. “누가 내 이웃인가”라고 물으십니다. “너도 이와 같이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강도 만난 이웃을 향해 나아가라는 주님의 거룩한 소명에 응답하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권오서 목사(춘천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