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와 생명문화(이사야 11장 6∼9절) 2018.4.25
사는 게 점점 각박해집니다.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이겨야 하는 현실입니다. ‘요즘 중·고등학교는 전쟁터 같다’는 소리를 적잖게 듣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우수한 성적을 받아야 하니 경쟁이 일상화됐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른은 더 어렵습니다. 최근 뉴스를 보니 소규모 창업을 하면 1년 내 50%가 망하고 3년이 되면 80%가 망한다고 합니다.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그래서 이 사회를 정글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인간이 사는 세상이 아니라 짐승의 세상이라는 말입니다. 또 이런 환경에 살면 인간도 짐승이 돼 간다는 의미일 겁니다.
본문의 이사야 선지자는 하나님 나라를 말하며 꿈을 꿉니다. 하나님 나라가 이뤄지는 ‘그때’엔 이리가 어린 양과, 표범이 어린 염소와, 사자가 송아지와, 곰이 암소와, 젖먹이가 독사와 함께 지내며 함께 뛰어논다고 합니다. 이리와 표범, 사자와 곰, 그리고 독사가 친구가 돼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강자들이 우는 사자와 같이 연약한 자들을 짓밟는 것 같습니다. 서로를 적으로 여기고 만인의 싸움을 벌입니다. 이런 가운데 절망감을 느낀 이들은 삶의 용기를 잃고 자살을 선택합니다. 경쟁이 치열한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여느 나라보다 높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13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등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기에 앞으로도 쉽게 1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겁니다.
자살하는 사람을 연령대별로 보면 50대와 40대가 가장 많습니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3배 이상 많습니다. 2016년 한 해 동안 50대는 2677명, 40대는 2579명이 자살했습니다. 이 연령대가 그해 자살자의 40%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4050’ 남자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책임져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 대부분은 경제적인 책임입니다. 그런데 이 시기부터 직장과 사업장에서 밀려납니다. 살아남기 위해 맹수가 됐는데 이제 정글과 같은 세상에서 먹이로 전환됩니다. 모든 면에서 ‘갑’이던 사람이 갑자기 ‘을’이 됩니다. 이를 견디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이 죽음을 결단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가운데 승리한 자나 생존자를 찾고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원하는 세상은 맹수와 함께 사는 평화로운 세상입니다. 여러분, 맹수가 되려고 하지 마십시오. 맹수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서 어린 양과 송아지와 함께 살며, 뛰어놀 수 있는 친구가 되길 바랍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말하며 그때가 되면 생명에 해함을 받을 일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라.(9절)’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이 세상에 충만할 때 해 됨도 없고 상함도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살이 사회에 만연한 건 결국 죽음의 문화가 지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호와를 아는 지식, 그 생명의 문화가 이 땅에 넘쳐나게 된다면 서로를 해하거나 스스로를 상하는 일도 없어질 것입니다. 우리만 해함과 상함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로 말미암아 이 세상에도 그런 일이 없어질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사회 모든 문제의 끝은 자살입니다. 이 시대에 정말 복음이 필요한 이웃은 자살을 시도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에게 생명의 소망을 전해야 합니다. 이것이 오늘날 교회에 맡겨진 사명이라고 믿습니다. 절망으로 죽어가는 이를 살리지 못하면서 죽어서 가는 천국을 이야기하는 건 거짓입니다. 우리가 하나님 나라를 이뤄갈 때 세상에 생명의 문화가 이뤄지고, 해함과 상함이 없는 복된 나라가 되리라 믿습니다.
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 목회사회학·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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