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자료/메아리

자살 예방학교, ‘자살자를 위한 장례예배’ 제시

구원의 계획 2011. 7. 18. 19:18

 

자살 예방학교, ‘자살자를 위한 장례예배’ 제시

             크리스천투데이 이대웅 기자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한국교회에서 ‘자살’이란, 아직 언급 자체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이를 개선할 뿐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자살에 대해 교회가 예방에 나서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제2회 자살예방학교가 28일 서울 주자동 드림의교회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박사) 주관으로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자살예방학교에서는 청소년과 노인의 자살에 대한 여러 강좌가 이어진 가운데, ‘자살자를 위한 장례예배’ 프로그램이 관심을 모았다.

 

▲박종환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박 교수 외에도 이틀간 조성돈 교수, 장진원 박사, 안병은 수원시자살예방센터장, 박지영 교수 등이 강의했다. ⓒ이대웅 기자

 

강연에 나선 박종환 교수(실천신대)는 “한국사회에서 해마다 급증하는 자살은 간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이지만, 사회학이나 심리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독교 신학은 자살에 대한 교리적 해석의 갈등 등의 이유로 자살자와 유가족을 위한 장례예식 모형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인 입장이나 태도를 취하는데 한계를 지니게 됐다”며 “오히려 위로를 받아야 할 자살자 유가족들을 교리적 이유로 정죄하며 그들의 고통을 가중시켜온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자살자와 유가족을 방치할 뿐 아니라 그들의 생의 위기에 대응하는 목회 가능성 자체를 차단해버렸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목회적 차원에서 자살자 가족도 가족을 잃은 슬픔을 지닌 위로를 받아야 할 대상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며, 기독교적인 장례 예식을 통해 가족을 보내는 의례(ritual)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신학적 논쟁보다는 자살이라는 죽음의 특수성을 고려한 가족들을 위한 의례 개발 차원에서 장례 예식모범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장례예식의 개략적인 순서는 기도송-초대의 말씀-영창-말씀 선포를 위한 기도-찬양-시편 교독-찬양-설교-묵상-고인의 삶에 대한 회상-찬양-중보기도-성만찬-찬양-성찬 감사기도 후 초대-제정사와 분병-찬양-성찬 후 기도-찬양-축도와 파송 등이다.

 

찬양은 가사가 많지 않고 따라부르기 쉬운 곡들로 골랐다. 강연 시간에는 정확히 정리된 모범예식을 알려주기보다는, 직접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분위기를 익히는 데 주력했다. 박 교수는 “목회의 본질은 ‘공감’이라고 생각하고, 신학적으로 자살이 옳으냐 그르냐는 그 다음 얘기”라며 “그래서 예전에서도 공감이라는 요소를 중요하게 담아냈다”고 밝혔다.

 

한국교회 예배, 설명 안 되는 걸 자꾸 설명하려다 보니…

그는 “신대원생들이 ‘이단으로 정죄되지 않을 예배의 모범, 정답’을 물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혼돈의 영역으로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며 “현재 한국교회 예배는 설명 안 되는 걸 자꾸 설명하려다 보니 말이 너무 많고 짜증이 나며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조용히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장례예식에서 ‘감정’과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자살자 유가족들은 분노, 후회, 절망 등 상당히 격한 상태의 감정에 놓여있고, 장례예식에서도 하나님의 임재와 부재를 동시에 경험하는 이중성과 모호성 속의 복잡한 차원을 경험한다. 그러므로 움직임이나 동작, 음악, 빛과 색 등 비언어적 요소들을 의례 안에 채워넣어 이성 너머의 초월성을 지향하면서 참여자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형성해야 한다. 그는 “복음이란, 결국 예수께서 고난당하는 자들과 아픔을 함께하셨던 ‘성육신(incarnation)’이고, 이를 통해 초월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에 대해서는 “자살자에 대해 의식적으로 좋은 이야기만 하지는 말 것”을 권유했다. 박 교수는 “우리 삶에도 좋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성경에도 탄식과 원망, 죄책과 고통, 어두움을 토로하는 장면들이 나온다”며 “이들은 의심과 저항, 신뢰와 찬양의 감정을 동시에 갖고 있으므로, 이를 통해 발산된 감정들이 정리되고 인간의 고통을 지시는 하나님 자신이 인간과 함께 탄식하고 계심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죽은 자 자신의 이야기와 죽은 자를 기억하는 산 자들의 이야기와 증언이 중요하고, 이러한 것들은 죽은 자와 산 자가 공동으로 기억이라는 공간에서 만나고 대화하는 것”이라며 “이야기를 통해 말하는 자와 듣는 자 사이에 감정을 통한 공감대가 형성된다”고도 했다.

 

박종환 교수는 “한국교회에서 터부시돼 온 자살문제를 현실로 인정하고, 교회가 좀더 적극적으로 자살자와 그 가족을 위한 장례예식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며 “그 장례예식의 목적은 인간의 고통과 함께하시는 하나님, 고통 안에 있는 인간 사이의 만남이고, 정의되지 않는 감정과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그 속에서 하나님을 경험하고 인간을 만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를 통해 자살에 대한 교리적 해석을 넘어 자살자를 위한 장례예배의 특수성과 목회적 효과,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목회적 배려, 죽은 자와 산 자의 만남의 공간과 기회를 예전적으로 제공해 연쇄 자살에 대한 충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