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빚진자의 마음으로 하는 것(사도행전 20장 34∼35절) 2017.4.28
누구나 어렸을 적 첫사랑이나 이상향의 이성이 있었을 것입니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철 모르던 어린 시절 흑백영화 한 편을 보며, 생애 처음으로 깊은 설렘을 줬던 여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벨기에 출신 영국 여배우 오드리 헵번(1929-1993년)입니다. ‘로마의 휴일’에서의 상큼함과 발랄함,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에서의 올림머리. 맑디맑은 눈동자와 인형 같은 외모는 더벅머리 시골소년에게도 가슴 벅찬 아름다움이요, 설렘이었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들 중에도 추하게 늙어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수년전 미국잡지를 통해 헵번의 노년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나이 든 그녀의 모습은 주름투성이 얼굴이었습니다. 1988년부터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한 그녀가 1993년 찍은 사진입니다. 대장암 투병 중에도 나눔과 섬김을 포기하지 않고 검은 반팔티와 바지를 입고 굶주림 속에 죽어가는 아프리카 아이를 안은 사진이었습니다. 어릴 적 예쁜 외모의 헵번을 봤을 때보다 수 천 배의 감동을 느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지속적인 섬김과 자기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나눔의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헵번은 한 인터뷰에서 “저는 이민자의 딸로 태어나 어릴 적 힘든 순간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평생 빚진 사람이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손이 두 개라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한 손은 나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라고 했습니다. ‘빚진 자’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지 않겠습니까.
지난 2월 ‘월드비전과 C채널 공동 프로젝트-희망터치’ 촬영차 아프리카 우간다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별 생각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난과 배고픔, 마실 물조차 제대로 구할 수 없는 그곳 주민들의 삶을 직접 체험하면서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오기 전까지 존재조차 몰랐던 주민들이었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빚을 갚아야 할 사명이 있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우리 국민도 과거에는 그들과 똑같은 배고픔과 질병, 절망 속에 살았습니다. 그때 이름마저 생소한 벽안의 선교사들이 나누어 준 도움의 손길로 지금의 터전이 마련됐습니다. 우간다 주민들을 통해 지금까지 잊고 살았던 사실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우리 역시 빚진 자라는 것 말입니다. 110년 전 한국 땅에 세브란스병원을 짓기 위해 현재가치로 700억원을 기부했던 루이스 헨리 세브란스(Louis Henry Severance)는 “받는 여러분의 기쁨보다 나누는 제 기쁨이 더 큽니다”라고 했습니다.
영국의 역사가 토마스 칼라일(1795∼1881)은 “인간은 넘치는 풍요속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진정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우리들의 군상을 비유한 것입니다. 가장 인간답게 사는 방법은 빚진 자의 마음으로 사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에게 빚을 진 자들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섭리로 생명을 얻게 된 빚, 살아가면서 수많은 타인으로부터 받은 은혜와 빚, 이 모두를 또 다른 이에게 갚으며 살아갔으면 합니다.
장창수 목사 (대명교회, 대신대 재단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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