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창세기 32장 3∼12절) 2018.3.5
신용카드를 만들려고 은행에 간 적이 있습니다. 은행 직원은 “우리 은행과 거래를 하는 것이 있느냐”에서 “재산세 내는 것은 있느냐”고도 물었습니다. 모두 없다고 답했습니다. “교회에서 생활비를 얼마나 받느냐”고도 해서 얼마 정도를 받는다고 했더니 그 직원은 난감하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습니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죄송하지만 목사님은 신용카드 발급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은행 문을 열고 나오면서 “목사님은 자격이 안 됩니다”는 직원의 말이 자꾸 머리에서 맴돌았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세상은 일정한 자격이 안 되면 아예 그 자리에 설 수조차 없게 하는데, 하나님은 자격 미달자인 나를 사랑하시고 은혜를 베푸시며 인도하시는 것을 생각하니 그 은혜가 얼마나 크고 감사한가였습니다.
본문에는 자격 미달인 한 사람이 하나님의 은혜로 큰 축복을 받은 내용이 기록돼 있습니다. ‘발뒤꿈치를 잡은 자’ 혹은 ‘스스로 속이는 자’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야곱입니다. 야곱은 일찍이 눈이 어두운 아버지를 속이고 형에게 장자권을 가로채고는 형의 보복이 두려워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피신해 그곳에 머물며 외삼촌의 가축을 돌봤습니다.
20년 동안 야곱은 많은 재산을 모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원했습니다. 많은 가축과 식솔을 이끌고 고향을 향해 출발한 야곱은 요단강 지류인 얍복 강가에 도착했습니다. 어머니가 챙겨주시는 주먹밥 하나 달랑 들고 가족을 떠나 무섭고 외로운 광야의 길을 홀로 걸었던 일과 라반의 집에서 고생하며 살았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을 것입니다.
“나는 주께서 주의 종에게 베푸신 모든 은총과 모든 진실하심을 조금도 감당할 수 없사오나 내가 내 지팡이만 가지고 이 요단을 건넜더니 지금은 두 떼나 이루었나이다(창 32:10).”
야곱은 그 자리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피신하며 가지고 있던 것이라곤 지팡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에게 수많은 가축과 하인, 처자식들이 있으니 실로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이었겠습니까. 야곱은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야곱은 본래 자격 미달인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잘한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과의 연결된 끈을 놓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비록 거짓말하고 실수했어도 하나님과의 연결된 끈을 놓지 않고 계속 붙들고 있었습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면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했던 사람입니다.
야곱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는 것을 보며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내가 바로 야곱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셨습니까.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들로 얼룩져 있는 오늘의 내 모습에서 야곱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야곱처럼 하나님 앞에서 은혜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그런 나를 하나님께서는 “너는 자격이 없다”라고 말씀하지 않으시고 은혜로 받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으십니까.
우리는 야곱과 같이 고백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나 자신을 돌아볼 때 내가 이런 큰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자격이 없음을 우리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큰 은혜를 주셔서 하나님 앞에 나와 예배할 수 있게 하시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삶에 대해 불평이나 원망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불평하고 원망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내가 잘나고 똑똑해서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있음을 기억하며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성도들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문용식 사관 (구세군천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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