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에게 냉수 한 그릇을(마태복음 10장 42절) 2018.3.1
오늘 본문을 보면 소자에게 냉수 한 그릇을 주는 자는 결단코 상을 잃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지극히 작은 자가 누구입니까. 어린아이요, 소외받고 있는 자요,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일 겁니다. 그런 사람에게 관심을 보인 것조차도 주님이 기억하시겠다는 약속입니다. 냉수 두 그릇도 아닌 한 그릇입니다. 관심만 가지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필자는 지난 1월 말 탄자니아에 다녀왔습니다. 아프리카에 다녀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 하니, 비위생적이니 열악한 환경이니 하는 말들이 얼마나 사치였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멍석도 없이 단칸방 흙집에서 불을 때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사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무너져 가는 흙바닥에서 병든 개, 닭, 돼지, 고양이가 함께 먹고 잡니다. 동물의 왕국이 따로 없습니다. 한쪽 구석엔 벽에 바르기 위해 소똥을 쌓아 놓아서 파리 떼와 모기들이 모여듭니다. 웅덩이에 고인 썩은 물을 지나가던 동물들과 함께 먹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유아 사망률이 세계 최고입니다. 음식이라고 해 봐야 주식이 옥수수인데, 그것도 없어서 물과 옥수수 가루 비율이 9대 1입니다.
저도 직접 만들어서 먹었는데, 먹는다는 표현은 부적절한 것 같습니다. 그냥 컵으로 마시는 것입니다. 이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9대 1의 비율을 1대 9로 바꾸는 것입니다. 옥수수를 반죽해서 쪄 먹는 죽인데, 그것마저도 하루 세끼 아닌 두끼 정도밖에 먹지 못합니다.
현지에서 만난 이브라함과 빈센트 가정은 엄마는 없고, 폐결핵 걸린 아버지가 구걸하며 살아갑니다. 탄자니아의 평균수명이 45세입니다. 그런데 결핵환자인 아버지 그완디는 65세입니다. 언제 죽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5세, 3세인 자식들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두 번째 갔던 집은 로가티 4남매 가정이었습니다. 부모가 죽어서 과부된 이모에게 얹혀살고 있습니다. 방과 후에는 저녁이 될 때까지 돌 깨는 작업장에서 일을 합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돌을 깨다 망치가 손가락을 때려서 9세 여자아이 손이 상처투성이였습니다. 또 시간이 되면 약 4㎞에 달하는 길을 걸어서 더러운 물을 길어 옵니다. 13세, 11세, 9세, 6세 아이들이 체구만 한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옵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남의 소와 양을 칩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학교 끝나기가 무섭게 서너 개 학원에 다니기 바쁜데, 이들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일하기에 바쁩니다. 그렇게 일하면 얼마나 돈을 버느냐고요. 일주일 일해 봐야 한끼 식량밖에 안 된다는 것입니다. 기가 막히지요.
탄자니아는 학비를 나라에서 지원합니다. 그런데 교복이나 학용품, 점심은 각자 알아서 마련해야 합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집에 가서 먹고 와야 하는데 사실 먹지 말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한번 가려면 산 넘고 시내 건너 들을 가로질러 한 시간이나 가야 하는 거리입니다. 그 먼 거리를 걸어 집에 간들 먹을 것이 있습니까.
상대적인 빈곤이 아닌 절대적인 빈곤입니다. 좌우간 저는 그곳을 다녀오고 나서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습니다. 밤마다 그 아이들이 꿈에 나타납니다. 차라리 내가 보고 경험했던 일들이 현실이 아닌 드라마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라고 그런 나라에 태어나지 말란 법 있습니까. 그런데 나는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이런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단 말인가. 이게 다 알고 보니 빚이더라고요. 여러분 빚진 자의 마음을 이해하십니까. 저들에겐 지금 냉수 한 그릇이 필요합니다. 냉수 한 그릇으로 ‘결단코 하나님이 주시는 상을 잃지 않는’ 주인공이 되시기 바랍니다.
윤훈기 남북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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