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의 밭을 사라(예레미야 32장 6∼15절) 2018.6.2
예수님을 믿고 일생을 살아간다는 건 뭘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리스도인의 삶과 그리스도를 모르고 살아가는 삶이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건 뭘까요. 여러 가지를 말할 수 있겠지만 현저한 차이 중 하나는 그리스도인은 늘 소망 가운데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가지는 소망은 세상의 희망과 다릅니다. 그리스도인의 소망은 살아계셔서 지금도 역사하시는 하나님께 근거를 둔 소망입니다. 성경에 약속한 대로 모든 것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확신에 근거한 소망이며, 우리를 위해 하늘에 간직하신 영원히 썩지 않고 더럽혀지지 않고 쇠하지 않는 ‘산 소망(Living Hope)’인 것입니다.(벧전 1:3∼4) 우리를 둘러싼 시대와 환경이 위협할지라도, 오늘 본문 말씀 속의 선지자 예레미야처럼 하나님 안에 있는 소망을 선택해야 하겠습니다.
본문 말씀은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 일을 배경으로 합니다. 남유다가 무너져 가던 때 바벨론 군대는 예루살렘을 에워쌌고, 선지자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고 정직하게 전한다는 이유로 유다 왕의 궁중에 있는 시위대 뜰에 갇혀 있었습니다.
겹겹이 둘러싸인 절망의 현장에서 하나님께선 예레미야에게 고향 아나돗에 있는 사촌인 하나멜로부터 밭을 사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십시오. 풍전등화와 같은 나라의 위기 앞에서 땅을 사둔다는 것은 상식과 논리, 이해타산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명령이었습니다. 그런데 예레미야는 하나님 뜻에 순종합니다.
하나님은 왜 예레미야에게 이런 납득하기 힘든 명령을 내리신 것일까요.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이 곧 소망이시기 때문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성삼위일체이신 하나님만이 우리의 소망이기에, 결코 절망할 수 없으며 소망 없는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전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예레미야에게 밭을 사라고 명령하신 것은 사실 소망을 사라고 명령하신 것입니다. 본문에서 예레미야는 “여호와의 말씀인 줄 알았다”(8절)고 합니다. 이는 밭을 사는 행위가 소망의 상징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증인들과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땅을 매매합니다. 은 17세겔(193.8g)을 달아 주고 증서를 써서 봉인합니다. 또 증인을 세워 은을 저울에 답니다. 공개적으로 매매행위를 보여줌으로써 하나님 안에 있는 ‘산 소망’을 사람들에게 드러낸 것입니다.
당시는 남유다 백성들이 바벨론 포로로 끌려갈 무렵이었습니다. 그들이 처한 시대와 환경은 절망적이었습니다. 민족의 미래는 어둡고 암울했습니다. 이런 그들에게 하나님은 예레미야로 하여금 아나돗의 밭을 사라고 말씀하시고 매매행위를 보여줌으로써 이스라엘 민족에 여전히 소망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은 포로기 이후 다시 돌아옵니다. 70년 징계의 시간이 끝나고 기적처럼 귀환합니다. 하나님이 보여주신 소망의 메시지가 유효했던 것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삶의 자리는 힘들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창조주 하나님의 뜻대로 우리를 지으시고, 성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시고, 성령 안에서 우리를 보존하시고 영원토록 인도하시는 성삼위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을 믿어야겠습니다.
그리하여 절망이라는 어두운 색깔을 소망의 빛으로 채색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이것이 오늘 그리스도인이 살아야 할 방식입니다. 바로 ‘소망의 전령’이 추구해야 할 책임과 특권입니다. 전령은 자신이 소유한 이 ‘산 소망’을 삶으로 보여주고 이웃들에게 전합니다. 특별히 이 민족의 아픔과 비원(悲願)이 짙은 눈물로 서린 6월, 저 북녘 땅의 동포들과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성삼위 하나님 안에 있는 참된 소망이 임하기를 간구해야겠습니다.
김열 하나인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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