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불 신앙(욥기 23장 10절) 2018.7.18
우리는 신앙으로 현실의 어려움과 고난이 해결되기를 원합니다. 때론 즉각적인 기도응답을 받아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종종 있습니다. 심지어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펼쳐져 어찌할 바 모를 때도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일을 겪기도 합니다. 그저 알고 지내왔던 누군가가 갑자기 내게 비난을 쏟아낸다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외면할 경우 깊은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지인이 아닌 연인 또는 배우자, 부모에게 이런 대접을 받았다면 우리의 마음은 어떨까요. 인간이라면 삶에서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일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고통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삶 속의 불가피하고 수시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고난을 놓고 영적 도움을 간구합니다. 크리스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고난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관점에 있어서는 믿지 않는 이들과 구분되는 관점을 가져야만 합니다.
적지 않은 사람이 고난을 계기로 하나님을 만납니다. 고난이 닥쳐서야 비로소 삶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며 그렇게 해본 적도 없다는 걸 절감하게 됩니다.
신앙인 역시 곤경으로 하나님의 실재와 사랑, 은혜를 경험하게 됩니다. C S 루이스는 “하나님은 기쁨을 통해 속삭이시고 양심을 통해 말씀하시며 고통을 통해 소리치신다”고 고백합니다. 시편에서도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를 가까이하시고 충심으로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시는도다”(시 34:18)라고 증언합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팀 켈러 목사는 풀무불로 고난을 설명합니다. 풀무불은 굉장히 위험하고 파괴적이지만 그곳에서 적절히 녹아진 물질은 다양한 모양으로 빚어지고 정제됩니다. 여기에 순도가 더 높아지면 가치 있는 것으로 변화합니다. 이처럼 고난이 닥쳐 올 때 믿음으로 맞서 견딘다면 더 훌륭하고 강건하며 고귀한 성품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풀무불 신앙’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리의 신앙을 오직 복음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단순히 복음을 아는 것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복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복음으로 산다는 것은 예수로 인해 구원받은 삶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담과 하와는 죄를 짓고 하나님의 심판 앞에서 두려움, 죄책감, 수치를 경험했습니다. 그간 교회는 아프리카 문화에서는 두려움을, 서구 문화에서는 죄책감을, 동양 문화에선 수치를 강조해 사람들의 변화를 이끌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교회는 사람들을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에 의해 변화하도록 힘써야 합니다. 본문 욥의 고백처럼 우리는 고난의 상황에서 그리스도 복음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복음으로 고난을 이기기 위해서는 복음의 속성을 바르게 이해해 복음의 능력을 갖추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복음은 위에서 아래로 임하는(upside-down) 성육신의 사건이며 안에서 바깥으로 임하는(inside-out) 하나님 나라의 구현입니다. 1972년 나운영 장로와 오소운 조의수 목사께서 함께 어린이찬송가에 실은 히브리 곡조의 복음성가 ‘사막에 샘이 넘쳐흐르리라’는 하나님의 나라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가사처럼 ‘사자들이 어린양과 뛰놀고 어린이도 같이 뒹구는 참사랑과 기쁨의 그 나라’이며 ‘독사 굴에 어린이가 손 넣고 장난 쳐도 물지 않는 참사랑과 기쁨의 그 나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이미 복음을 이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그 능력을 믿고 누리며 기쁨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복음의 능력 덕택에 우리는 이미 도래했고 앞으로 도래할 새 하늘과 새 땅의 그날을 소망하며 고난의 현실을 이길 수 있습니다. 복음의 능력으로 하나님 나라의 기쁨을 누리는 동시에 풀무불 신앙으로 고난을 이겨나가는 성도 여러분이 되길 바랍니다.
노윤식 주님앞에제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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