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오늘의 설교

준비하시는 하나님(시편 65편 9∼13절)

구원의 계획 2018. 7. 24. 00:31

준비하시는 하나님(시편 65913) 2018.7.24

 

오늘 시편기자는 하나님의 은혜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초장은 양 떼로 옷 입었고 골짜기는 곡식으로 덮였으매 그들이 다 즐거이 외치고 또 노래하나이다”(13) 곡식이 풍성하게 열매 맺고 가축이 늘어나는 모습에 농부는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앞으로 살아갈 한 해가 더 이상 불안하지 않고 든든하고 안심이 됩니다.

 

성경시대엔 농사 소출이 별로 없었습니다. 가축이 삐쩍 마르거나 새끼를 잘 낳지 못하면 곧 공동체 전체의 죽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조마조마한 상황에서 소출의 계절을 맞았는데 가축은 초장에 가득하고 논밭에 곡식이 잘 자란 모습을 봤을 때의 감격, 이것이 오늘 본문의 정서입니다.

 

중요한 것은 준비한 과정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햇빛과 비를 주관하고 모든 산업을 책임지시는 창조주 하나님은 이스라엘에 은총을 베푸실 때도 구체적인 과정과 절차를 밟으셨습니다.(910) 하나님은 곡식을 그냥 열리게 한 것이 아닙니다. 먼저 밭고랑에 물을 넉넉히 대고 이랑을 평평하게 한 뒤 단비를 내려 땅을 부드럽게 하시고, 식물의 싹이 터서 자라나 마침내 열매를 맺게 하셨습니다. 이 과정 자체가 창조섭리로, 신비롭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농사처럼 인생과 역사도 과정을 성실하게 거쳐야 묵직한 작품이 나옵니다. 예수님의 삶에 의문 하나가 있습니다. 왜 주님은 그렇게 늦게 공생애를 시작하셨을까요. 할 일 많은 메시아의 삶을 좀 더 일찍 시작하셨으면 훨씬 더 많은 사역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자기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인생인데, 온 인류를 구원하는 메시아 사역을 위해 그만큼 예수님 자신이 준비하고 거쳐야할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성경에 공생애 이전 예수님의 삶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어 알 수 없지만, 그는 분명 30세까지 편하게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메시아가 된 것이 아닙니다.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운 내적 고뇌와 영혼의 투쟁을 거치면서 온전한 메시아가 됐을 것입니다. 메시아의 삶을 위해 하나님께서 밭고랑에 물을 대고 단비로 땅을 부드럽게 하시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메시아조차도 이렇게 인생과 역사에 선한 결과를 가져오려면 과정을 철저히 통과해야 한다는 것을 숙고해야 합니다.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에만 집착하는 풍토는 개인과 역사를 병들게 합니다. 정당한 과정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하나님의 뜻에 맞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열심히 성실하게 노력하는 과정을 거치면 풍성한 결실이 보장될까요. 성실한 과정 없이 한탕을 기대하는 삶은 바르지 못하기에, 과정을 중시하며 성실하게 노력하는 삶을 선택하더라도 초장은 양 떼로 옷 입었고 골짜기는 곡식으로 덮이지않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무엇이 빠졌습니까. 인간의 능력과 성실성이 필수적이라 해도 하나님 없이는 행복한 삶의 결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실 때만 결과가 보장됩니다. 믿음이란 내 삶과 역사에 하나님이 동행하고 돌봐주셔야만 성실한 과정에 맞는 풍성한 은총의 결실을 얻을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삶입니다. 그래서 믿음의 사람은 결코 혼자 인생을 설계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묻고 하나님의 동행을 요청 드립니다. 우리의 현실은 과정을 철저히 지켜도 패망할 수 있음을 어렵지 않게 보여주기 때문에, 믿음의 사람은 나만 열심히 하면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올 것이라고 속단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과정에 충실하십시오. 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그 과정에 동참해야만 된다는 것을 각인하는 것입니다. 또 그것을 우리 자녀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오늘 시편기자의 감동적인 찬양을 내 것으로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훈삼 성남 주민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