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라이프]일본 교계의 에큐메니컬(사회파), 복음주의(복음파), 오순절(성령파) 등 3대 진영은 늘 대립해왔다. 2009년 7월 최초로 이들이 힘을 합쳐 요코하마에서 일본 개신교 150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치렀다. 이벤트성이 짙다보니 세 진영간 보다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까지는 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교계에 새로운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본보는 지난주 일본 CGNTV와 공동으로 일본 교계의 40∼50대 차기 리더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갖고 일본 교회의 현황과 과제 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희망의 닻줄을 내리다=복음화율 0.5%에 불과한 일본교계가 최근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일본 목회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전했다. 재난 속에서 크리스천들의 구호 활동이 패닉 상태에 빠진 일본 사회를 치유하며 게토화 된 기독교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아마노 히로마사(소카신소그리스도교회) 목사는 “대지진은 ‘일본판 안전신화’에 경종을 울렸고 일본인 사이에서 무엇을 믿어야 하느냐는 근원적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오오이 미츠루(이타바시교회) 목사는 “자기 교단, 자기 교회가 아닌 타 교단, 다른 교회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향해 눈을 돌리게 됐다”며 “교회가 피해지역에 대한 재정적·인적 지원외에도 도움이 되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고 기꺼이 감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지진은 교회에 무관심했던 일본인의 발걸음을 교회로 돌리게 했다. 지역사회는 교회를 장벽이 아닌 마음의 쉼터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성경을 읽고 싶어 하는 일본인도 늘어났다. 마루야마 사토시(미소노침례교회) 목사는 “피해 지역 목회자가 과거 14년간 열심히 전도했지만 정작 교회에 온 사람들이 없었다”며 “그러나 요즘 비기독인들이 자발적으로 예배에 참석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초교파 연대, 기도 모임도 이어지다=대지진은 기독교계가 재난구호팀을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별로 교류가 없던 천주교와의 교류도 촉진시켰다.
미네노 다츠히로(요도바시교회) 목사와 일본 CGNTV가 주축이 된 재난구호팀 ‘아카페CGN’이 출범했다. 이들은 항구적인 구호 및 지역복구 활동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20개 교단과 9개 단체가 참여하는 ‘센다이그리스도교연합피해지원 네트워크’가 발족돼 지진 피해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기도모임도 활성화되고 있다. 도쿄 요도바시교회에서 ‘동일본 지진 3·11 복구지원 초교파 일치기도회’가 대표적이다. 기도회는 지진이 일어난 11일을 기억하며 매월 11일 저녁 6시 30분부터 8시까지 이뤄진다.
△교세 또한 미세한 변화 있다=현재 일본 크리스천은 65만명에 불과하다. 교회 수는 8023개로 2003년 7806개에 비해 217개가 늘어났다. 교회가 가장 많은 곳은 도쿄로 978개에 달한다. 이어 오사카(583개) 가나가와현(533개) 순이다. 교회수가 가장 부족한 곳은 사가현(32개)이다. 도야마현(41개) 후쿠이현(42개)이 그 뒤를 잇는다. 일본 교회 전체의 주일예배 평균 참석자는 41명이다. 그중 도쿄 66.6명, 카미카와현 56.0명, 오사카 51.8명 등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반면 주일예배 평균 참석자가 가장 적은 곳은 무속신앙이 강한 시마네현(18.5명)이다. 이어 아오모리현(22.2명) 미야자키현(22,3명) 순이다.
야마구치 키요타카(우에노온누리교회) 목사는 "재앙 이후 하나님이 일본교회에 새로운 기회를 주실 거라고 믿는 목회자들이 늘고 있다"며 "크리스천들의 헌신에 따라 교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적잖다"고 예상했다.
도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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