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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슐러와 조용기 몰락

구원의 계획 2011. 8. 11. 22:41

'조용기와 로버트 슐러의 몰락을 묵상하라'
돈과 하나님 동시에 섬길 수 있다더니 결국 돈과 권력으로 무너져
2011년 08월 02일 (화) 12:54:        미주뉴스앤조이 박지호 (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simpro

한국에 조용기 목사가 있다면, 미국에는 로버트 슐러 목사가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하, 순복음교회, 담임 이영훈 목사)를 개척해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로 성장시킨 조용기 목사와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 Ministries)라는 메가처치로 번영 신학과 교회 성장을 대중화시킨 로버트 슐러 목사는 여러 모로 닮은꼴이다.

 

   
 
  ▲ 조용기 목사와 로버트 슐러 목사가 2007년 열린 ‘한국 그리스도의교회 75주년 기념대회’에 참석해 환담을 나누는 모습. (출처 : 순복음가족신문 갈무리)  
 
1958년 목회를 시작한 조용기 목사는 지난 2008년 은퇴를 선언하고 원로목사가 됐다. 로버트 슐러 목사도 비슷한 시기인 1955년에 목회를 시작해 2006년, 목회 현장을 떠났다. 차이라면 조 목사와 달리 로버트 슐러 목사는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줬다는 점 정도다. 

 

둘 다 초대형 메가처치로 교회를 부흥시키며 성장 신화를 남겼다. 순복음교회는 80만 명(지교회 분립 이전)이 넘는 교인 수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됐고, 노골적으로 "교회를 기업으로, 전도와 선교를 판매로, 불신자를 고객으로" 비유하며 교회 성장을 추구해온 수정교회도 한때 교인 수가 1만 명이 넘었다. 

 

   
 
  ▲ 조용기 목사. (출처 : 조용기 목사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소위 '긍정의 힘', '번영 신학'의 전도사라는 점도 비슷하다. 조용기 목사는 성공 신학을 토착화한 '삼박자 축복, 오중복음'을 내세우며 하나님의 축복을 부의 획득, 사회적 성공과 연결시켰다. 80년대, 한국 교계에서 이단 시비가 거세게 일었지만 조용기 목사는 이를 잠재우고 영향력을 키워갔다.

 

미국 ‘번영 신학’의 원조격인 로버트 슐러 목사는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정교회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적극적 사고를 통해 성공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외쳐온 로버트 슐러 목사는 1만 장이 넘는 유리로 뒤덮인 화려한 예배당으로 수정교회의 성장을 만방에 과시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영향력을 확장시킨 것도 비슷하다. 순복음교회는 80년대 일간지인 <국민일보>까지 창간하면서 영향력을 확장했다. 평생구독제라는 전대미문의 제도까지 도입하며 독자를 확보했다. "<국민일보>는 백지를 내도 30만 명이 보는 신문"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닌 셈이다. 로버트 슐러 목사가 출연하는 설교 방송 프로그램인 '아우어 오브 파워(Hour of Power)'는 고정 시청자만 2,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별도의 언론사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가장 영향력 있는 '텔레반젤리스트(매스미디어를 통한 복음 설교자)'로 꼽히는 그의 영향력은 국경을 초월한다.

 

   
 
  ▲ 최근 수정교회는 "슐러 목사, 명예이사장 추대"라고 포장했지만, 로버트 슐러 목사는 사실상 권력 싸움에서 밀려났다.  (출처 : 수정교회 홈페이지 캡쳐)  
 
두 교회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교회 관련 사업 역시 그 규모가 대단하다. 수정교회의 경우 로버트 슐러 목사의 개인 설교 방송 사업부터, 화려하기로 소문한 성탄절·부활절 대형 이벤트 제작 사업, 부동산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순복음교회의 경우 신학교서부터 <국민일보>와 관련된 계열사, 순복음교회 관련 사업 등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조용기 목사나 로버트 슐러 목사가 각 교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다. 그렇다보니 교회를 둘러싼 사업체와 기관을 조 목사와 슐러 목사의 친인척들이 요직을 나눠 맡으며 특혜를 누리게 된다. 순복음신학대학이 전신인 한세대학교는 조용기 목사의 아내인 김성혜 씨가 총장을 맡아왔고, <국민일보>는 조 목사의 차남인 조민제 씨가 대표이사로 앉아 있다. 조 목사의 동생, 누이, 매제, 사돈까지 교회 관련 사업들에 얽혀 있다. 조용기 목사는 "친인척 중용을 배제한다"고 교회개혁연대와 약속했지만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가족들을 줄줄이 취임시켰다.  

 

   
 
  ▲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한국 <뉴스앤조이>)  
 
수정교회 역시 슐러 목사의 아들과 딸이 번갈아 담임목사를 맡으며 교회를 이끌었다. 사위인 짐 콜맨 씨와 제임스 페너 씨가 로버트 슐러 목사가 진행하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 책임자로 있는 등 슐러 목사의 자녀 모두 수정교회에서 월급을 받거나 하청업체로부터 수십 억대의 월급을 받아왔다. 매년 가족들이 다양한 명분으로 타가는 돈이 서류상으로만 120만 불에 달한다. 면세 혜택을 악용해 탈세를 저질러 온 사실도 최근 드러났다.

 

절대 권력자의 친인척들이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되면서 탈세·횡령 등의 각종 불법이 난무하게 된다. 조용기 목사도 마찬가지다. 탈세·횡령 혐의로 2001년, 일찌감치 구속됐던 장남인 조희준 씨는 2005년에도 탈세·횡령으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 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해외로 도피했다가 체포되어 수감됐고, 조용기 목사가 벌금 50억을 대납한 후에야 석방됐다. 조 목사의 아내인 김성혜 씨 역시 배임, 횡령, 탈세 의혹이 따라다닌다. 최근에는 교회개혁실천연대가 <국민일보> 노조와 함께 김성혜 씨가 교회 돈을 빼돌렸다며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조 목사는 "우리 가족이 도둑놈 아니다"고 항변하고 있다.

 

돈과 권력에 대한 집착은 내부 갈등을 촉발시킨다. 로버트 슐러 목사는 2006년 은퇴하면서 그의 아들인 로버트 안토니 슐러 목사에게 수정교회를 세습한다. 이후 2년간 안토니 슐러 목사가 담임을 맡았지만 2008년, 그의 누나인 실라 슐러 목사가 이사회의 실권을 잡으면서 로버트 안토니 목사가 물러나게 된다. 가족 간의 내분에 휩싸인 셈이다. 최근에는 로버트 슐러 목사마저 이사회에서 투표권을 박탈당하면서 사실상 교회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 조용기 목사의 친인척이 교회 관련 산업에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현황.(출처 : <한겨레>)  
 
순복음교회는 좀 더 요란하고 복잡하지만 돈과 권력을 둘러싼 갈등이란 점에서 단순하다. 작년에는 <국민일보> 경영권을 두고 조 목사의 두 아들 간에 암투가 벌어진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최근에는 순복음교회 당회까지 나서면서 교회와 조 목사 가족 간의 갈등으로 증폭됐다. 당회는 조용기 목사 가족들이 교회 관련 사업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했고, 이에 조 목사와 가족들이 발끈한 것이다. 급기야 조용기 목사는 순복음교회를 떠나 새로운 교회를 만들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결과는 무엇인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긍정의 신학'을 주장해왔던 로버트 슐러 목사가 파산 위기에 직면하는 망신을 당하게 됐다. 미국의 한 일간지는 수정교회의 파산 사태를 두고 "금간 수정교회"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조용기 목사 가족의 족벌 경영으로 "교회 헌금으로 가족들 배불린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고, 횡령, 탈세, 배임 등의 단어를 한국 사회에 회자시키며 구린 냄새를 풍기고 있다.

 

   
 
  ▲ 조용기 목사와 로버트 슐러 목사의 인연은 생각보다 깊다. 1992년에 개최된 남북통일과 민족복음화 기도대성회에 입장하며 조 목사와 슐러 목사가 청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 : 조용기 목사 홈페이지 갈무리)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는 "조용기 목사의 '삼박자 구원론’은 로버트 슐러 목사의 번영 신학을 받아들이며 ‘현대화’됐다"고 분석했다. 조용기 목사와 로버트 슐러 목사는 노골적으로 사람들의 탐욕을 정당화하며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목사들에게는 거대한 예배당과 수많은 교인을 꿈꾸도록 독려했고, 교인들에게는 돈과 성공을 향한 욕망을 부추겼다. 물질 축복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동일시하며 돈과 하나님을 겸하여 섬길 수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본인들이 그 한계를 몸소 웅변한 셈이다.

 

남침례신학교 알버트 몰러 총장은 "'성공의 복음'은 예수님의 복음이 아니다. 테라피는 신학을 대체할 수 없다. '긍정적 사고'는 성경 말씀이 아니다"며 파산에 직면한 수정교회와 로버트 슐러 목사의 신학을 비판했다. 번영 신학에 대한 풀러신학교의 김세윤 교수의 일갈은 더욱 강력하다. “안녕과 행복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 맘몬 신앙의 핵심이며, 이는 이웃을 착취하게 만들고, 고난과 죽음을 증대시키는 사단의 통치 방식”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사탄의 통치 방식을 부추기는 번영 신학이 순복음교회와 수정교회만의 신학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대형 교회의 목회자들도 이런 미국 대형 교회의 신학적 영향을 무비판적으로 흡수했다. 설교와 책으로 긍정의 신학, 번영의 신학을 재생산했고, 대형 교회를 꿈꾸는 수많은 중·소형 교회들은 이를 교회 성장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 교회의 대형 출판사들은 조엘 오스틴 등의 번영 신학 목사들의 책을 열심히 찍어내며 전파해왔다. 오늘날도 수많은 부흥사들의 레퍼토리는 조용기 목사와 로버트 슐러 목사의 '축복 신학'에서 파생된 논리들을 되풀이 하고 있다. 조용기와 로버트 슐러 목사의 성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이들은 그들의 몰락을 지켜봐야 한다. 

 

   
 
  ▲ 인생 말년에 교인들 앞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던 조용기 목사와 로버트 슐러 목사. 조 목사는 당회에서 가족의 경영권 행사를 제한하기로 하자, 설교 중  "그리스도의 긍휼로 저와 제 가족을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울면서 호소했다. 한편, 로버트 슐러 목사는 수정교회가 재정 위기에 빠지자 울먹이면서 교인들에게 헌금을 독려해야 했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눈물인가.  
 
조용기 목사는 자신의 목회적 핵심 가치인 삼중축복을 설명하면서 "영혼이 잘 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하나님을 믿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 되고 세상의 삶이 본업이 된 신자들이 너무나 많다. 이렇게 순서가 뒤바뀌었기 때문에 생활 속에 부조리가 다가오는 것이며, 여러 가지 시험과 환난을 만났을 때 하나님께 부르짖어도 하나님의 응답을 얻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조용기 목사)

 

조용기 목사는 자신과 순복음교회가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한 해답을 이미 자신이 언급했다. 남침례신학교 알버트 몰러 총장도 "어떤 교회도 돈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아이디어의 문제"라고 했던 슐러 목사의 말을 인용하며 수정교회의 신학적 문제를 비꼬았다. 몰러 총장의 말처럼 수정교회와 순복음교회의 신학적 위기는 재정적 위기나 내부 갈등의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다. 조용기와 슐러 목사의 몰락을 묵상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