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요한복음 15장 1∼11절) 2017.4.8
안중근 의사가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는 비보를 들은 뒤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아들이 입을 명주 수의를 손수 만들어 뤼순 감옥으로 보냈고 마지막 편지도 동봉했다고 합니다.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매정한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이 편지는 역사의 무게 속에서 대의를 향해 몸부림쳤던 믿음의 선배들 이야기라는 점에서 큰 도전과 교훈이 됩니다.
유대인 종교 지도자였던 바리새인들은 대의가 아닌 ‘자기 의’에 사로잡혔던 사람들입니다. 산상수훈에서 예수님은 기도와 금식과 구제를 말씀하시면서 바리새인들을 향해 사람에게 보이려고 경건을 행했던 자들이라고 하셨고 “그들은 사람의 영광을 하나님의 영광보다 더 사랑하였다”(요 12:43)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순절을 보내는 가운데 고난주간이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이 절기에 경건생활에 충실하려는 노력도 하고 말씀과 기도생활에 신경을 쓰면서 절제된 생활을 다짐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믿음의 행보가 대의에 의한 것인지 혹시 자기 의를 위한 일들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한 때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위해 일하지 않으셨습니다. 오직 자신을 보내신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행하고자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토록 십자가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힘이 드셨던 것입니다.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 26:39)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순종하셨고 친히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바울도 옥중에서까지 그 나라와 그 의를 향하여 나아갔습니다. 우리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신앙인이 되기 위해 숙고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먼저는 예수님은 참 포도나무요 우리는 가지라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가지는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그것을 제거해 버리신다고 하셨습니다(2절). 원래 가지의 목적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또 가지는 포도나무에 붙어있을 때 양분이 공급되어 열매를 맺습니다. 가지는 스스로 원하는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닙니다. 참포도나무의 열매를 맺습니다. 가지는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4절). 또한 나무를 떠나서도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5절). 포도나무에 가지가 붙어있어야만 포도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열매 맺는 신앙인이 되기 위해 기억해야 할 것은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고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9∼10절). 주님 안에 거한다는 것은 주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서 살아 역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날마다 주님의 은혜 앞에 다시 서야 합니다. 어제의 내가 아닌 오늘 우리를 의롭다 여기시는 주님의 은혜 앞에 서 있어야 합니다. 어제의 은혜로 오늘을 살아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것이 바로 열매 맺는 신앙인,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사는 지름길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사랑 안에 거할 때 자기 의가 아닌 대의를 이루는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영광스럽고 찬란한 본향에 이르는 그 날까지 고요히 그 사랑 안에 거하십시다.
강민수 목사 (한국교회지도자 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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