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오늘의 설교

도마뱀인가 악어인가(잠언 30장 24∼28절)

구원의 계획 2017. 6. 20. 01:05

도마뱀인가 악어인가(잠언 302428) 2017.6.20

 

가슴이 저며옵니다. 지난 달 24일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 주 퀘타에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 소속 괴한에 납치된 중국 기독교인 2명이 처참하게 살해됐습니다. 충격적 비보를 접하는 순간 2007719일 아프카니스탄 피랍사태의 악몽이 떠오릅니다.

이슬람권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교사들은 현지에 있는 것 자체가 극도로 위험한 삶을 살아갑니다. 생명을 담보해 줄 위기관리 시스템은 전무합니다. 비상대책 하나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습니다. 한국 선교에 웃지 못할 유머가 있습니다. “한국 선교사들은 대책도 없고 주책(주님이 책임져 줌)만 있다.” 그렇습니다. 한국 선교는 주님이 보호해 주시지 않으면 대책 없는 선교를 합니다.

 

저 역시 중동국가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배운 게 있습니다. 바로 오늘 본문 말씀입니다. 땅에 사는 작고도 지혜로운 동물 네 종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28절은 도마뱀을 언급합니다. “손에 잡힐 만하여도 왕궁에 있는 도마뱀이니라.” 도마뱀은 약하지만 왕궁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는 겁니다. 도마뱀은 왕궁의 경비가 아무리 삼엄해도 출입증 없이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왕궁을 자유롭게 출입하던 도마뱀이 갑자기 악어가 되면 금방 잡히고 맙니다. 잠언서는 동물 비유를 통해 삶의 지혜를 가르쳐 줍니다.

 

선교 역시 도마뱀에서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특히 이슬람 선교는 도마뱀이 악어로 자라려는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도마뱀은 악어에 비해 약하지만 약한 자처럼 일하는 것이 이슬람 선교입니다.

 

공산주의 붕괴 이후 실크로드 지역에 들어간 한국 선교사들은 서구 선교사 못지 않게 많은 물량을 지원하며 선교활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욕심을 부린 나머지 도마뱀이 악어가 됐습니다. 지금은 여러 곳에서 철수했지만 초기에 욕심 부리지 않고 작은 도마뱀처럼 일했다면 지금도 계속 사역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몸집이 커지면 노출될 수밖에 없고 시간이 흐르면서 해당 정부가 눈 여겨 봅니다. 그러다 어느 날 비자발급을 중지했고 선교사들은 어쩔 수 없이 나와야 했습니다. 이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최근 파키스탄 사태를 보며 한국 선교는 다시 기초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우면 기초로 돌아가야 합니다. 선교는 도마뱀처럼 해야 합니다. 몸집을 줄여야 합니다. 작게 하는 선교를 배워야 합니다. 물량이 아니라 사람이 경쟁력이 돼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선교가 아니라 내용 있는 선교를 해야합니다. 비둘기처럼 순결하고 뱀 같은 지혜가 요청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지 정부가 하찮게 생각하는 선교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왕궁을 맘대로 출입할 수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엔 야망과 욕심이 내재하고 있습니다. 야망과 욕심은 성령이 지배하면 절제되지만 육신이 지배하면 용수철처럼 튀어 오릅니다. 거룩한 성령의 야망과 인간의 야망은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거룩한 야망은 주님으로부터 오지만 인간의 야망은 자기 욕심에서 나옵니다. 한국 선교는 도마뱀처럼 몸집을 줄여야 합니다. 도마뱀이 악어가 되면 금방 잡힌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선교의 지혜를 다시 모아야 하겠습니다.

 

조용성 예장합동 총회 선교부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