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오늘의 설교

우정에 대하여(요한복음 15장 13∼15절)

구원의 계획 2017. 7. 8. 01:50

우정에 대하여(요한복음 151315) 2017.7.8

 

우정이란 친구 간의 돈독한 정을 말합니다. 요즘과 같이 삶의 속도가 빨라진 상황에서는 우정을 키우는 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영적인 여정을 하는 우리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득이 되지 않는다고 우정을 잘라내서는 안됩니다. 일생에 걸쳐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밀한 동역자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친구가 되는데 조건이 필요하거나 이해관계를 따지는 것은 참된 우정이 아닙니다. 수평적 관계에서 싹트는 사랑이 기반이 되는 우정을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시며 우정의 가치를 강조하셨습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에서 당신이 맞게 될 죽음의 의미를 설명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내가 명하는 것을 지키면 너희는 나의 벗이 된다. 이제 나는 너희를 종이라고 부르지 않고 벗이라고 부르겠다.” 예수님은 자신의 죽음을 친구를 위한 사랑의 행위라 말씀하신 겁니다.

 

예수님께는 친구들로 이뤄진 공동체에서 구성원들이 서로 동등하게 선물을 나눌 것을 요구하십니다. 성찬예식은 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사람들을 위해 예수님의 살과 피가 될 것을, 친구들을 위해 자기 몸을 내주고 피를 흘릴 것을 요구하십니다.

 

요즘엔 우정을 이야기하면 구시대적이라 비난을 받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대일수록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우정의 가치에 대해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바로 살 길이 우정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갈라진 관계가 너무도 많습니다. 남과 북도 여전히 나뉘어져 있습니다. 하나가 되려면 용서와 화해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먼저 우정이라는 형태의 사랑을 쌓아야 합니다. 교회는 이 땅의 사람들이 우정을 키울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서로 사랑하라라는 계명을 주셨습니다. 그래야 제자들의 공동체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보셨기 때문입니다.

 

우정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은 그의 책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은 일생에 걸친 연습을 통해 연마해야 하는 기술이라 말했습니다. 고독을 느끼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행히도 그 고독에서 재빨리 벗어나고 싶은 바람에 바람직하지 못한 관계를 성급하게 맺을 때가 많습니다. 고독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훈련도 필요하고 인내와 시간도 필요합니다. 수행이 필요한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우정은 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향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우정을 말하고 행합니다. 그러나 자기들만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면 그 우정은 지속될 수가 없습니다. 상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 참된 우정입니다. 우정은 집착의 형태로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관계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환멸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크지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진리를 추구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우정을 지속하게 해 주고 그 우정은 공동체를 건강하게 합니다.

 

김현호 신부(대한성공회 동두천나눔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