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의 해를 보내며(베드로전서 3장 14∼16절) 2017.12.23
종교개혁 500주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계획도 많았고 기대도 컸던 한 해였습니다. 기념행사도 있었고 기념사업도 많았지만, 교회는 개혁되지 못했습니다. 개혁정신에 비춰 우리가 얼마나 잘못됐고 어떻게 개혁할지에 대해선 공감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습니다. 개혁할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강제로 남을 바꾸는 혁명이 쉽지, 스스로를 바꾸는 개혁은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남의 개혁에 대해 말하지만 정작 자신의 개혁은 원하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개혁은 희생을 요구합니다. 루터를 칭송했지만 애초부터 우린 루터처럼 희생하기를 원치 않았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반드시 개혁되어져야 합니다. 개혁이 개신교의 생존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사방에서 욱여쌈을 당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더 이상 교회를 구원의 방주로, 거룩한 공동체로 인정하길 거부하고 있습니다. 교회를 성역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 명백한 증거가 바로 종교인 과세 문제입니다. 이는 단순히 국가의 세수를 늘리기 위함이 아닙니다. 더 이상 종교인들의 활동을 세속권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성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게 지금 시대의 가치관입니다. 목사도 봉급을 받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회적 인식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사회가 지탱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역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기대고 찾아야 할 거룩한 영역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소금이 맛을 잃으면 밖에 버리어 사람들에게 밟힌다고 하신 주님의 경고를 실감하게 합니다.
교회가 할 일은 무엇입니까. 시대를 원망하거나 정부 정책을 탓하는 것만이 아니라 통렬한 자기반성과 개혁을 통해 거룩성을 회복하는 겁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가 생존을 위해서라도 거룩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동성애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혼은 남녀 간에 이루어지는 것이고 가정은 남녀의 결합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 원리입니다. 보편적 진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절대적 진리를 거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무서운 것은 지배자들이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인권으로 포장해 사회의 절대적 가치를 무너뜨리고, 여기에 우호적이지 않은 종교의 입지를 약화시키려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절대적 가치에 대해 실망하고 반감을 가진 현시대의 정신이 이를 용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절대 가치는 종교적 가치입니다. 성역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절대 가치 역시 인정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교회가 거룩한 가치를 보여 주지 못한 책임도 있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는 지나가지만 다시 거룩한 교회로 돌아가려는 개혁은 우리의 생존전략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교회는 거룩해야 합니다. 교회는 개혁돼야 합니다.
이만규 목사(서울 신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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