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시편 121편 1∼8절) 2018.1.1
시편 123편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시입니다. 찬양으로도 불립니다. 담겨 있는 은혜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 본문은 시인이 산을 어떻게 묵상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변화무쌍하게 변합니다. 역동적인 시이죠.
먼저 문자 그대로 예루살렘을 에워싸고 있는 산지라고 묵상할 수 있습니다. 알려진 대로 예루살렘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고지대에 있습니다. 천혜의 요새입니다. 여호수아가 정복하지 못한 지역 중 하나였죠. 다윗이 왕이 된 후에야 여부스 산지(예루살렘)를 정복하러 갑니다. 그때 여부스 사람들이 산 아래의 다윗에게 “장님이나 절름발이라도 능히 너희를 막아 너희가 이리로 들어오지 못하리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여부스 사람들은 자신이 있었습니다. 험준한 산세가 자신들의 방패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윗은 이 산지를 정복해 수도로 삼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나태해진 겁니다. 예루살렘에 들어온 후 믿음이 식어갑니다. 굳이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아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여부스 사람들처럼 험준한 산을 믿은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보다 산을 의지하는 잘못을 범합니다.
나태해지는 신앙에 대해 시편 기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우리의 도움은 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진정한 도움은 오직 여호와 하나님 한 분으로부터만 오기 때문입니다.
생활의 현장에서 이 말이 믿음으로 다가와야 합니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복지가 좋아지고, 사회안전망도 강화됐습니다. 누릴 것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도움은 하나님 한 분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히브리 문학 안에서도 산을 묵상해 볼 수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산을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큰 고난으로 이해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예수님께서 “너희에게 믿음이 겨자씨 한 알만큼만 있어도 이 산을 명하여 여기서 저기로 옮겨지리라 하면 옮겨질 것이요, 또 너희가 못할 것이 없으리라”하신 말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는 나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드리는 간절한 기도가 됩니다. 사실 우리가 사는 동안 만나는 대부분의 일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게 대부분입니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참는 데 익숙해집니다. 내 할 일 해놓고 처분을 기다릴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졸지도 않고 지켜주시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끝으로 하나님이 계시는 거룩한 산, 시온으로 묵상할 수 있습니다. 시편 121편의 표제어도 ‘성전으로 올라갈 때 부르는 노래’라고 돼 있습니다. 1절의 산은 하나님이 계신 산, 바로 성전 교회가 됩니다.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시지만 특별히 약속된 곳이 있습니다. 성전입니다. 우리 몸도 성전이요 주의 이름으로 모인 공동체도 성전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교회가 또 있습니다. 내가 다니는 교회입니다. 교회가 어디에 있든 그곳에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나의 예배당에서 눈을 들어 산을 봅시다. 그리고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라고 고백합시다. 세상은 기독교가 배타적이라 시대와 맞지 않는다고 비난합니다. 하지만 한 분뿐인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비난할 사람은 없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런 존재입니다. 그분만이 나의 유일한 도움이시고, 경배의 대상이라는 고백 위에 기독교는 서 있습니다.
최윤영 거룩한씨성동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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