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만 나로 강하게 하사(사사기 16장 28절) 2018.2.20
오늘 본문은 삼손 이야기입니다. 삼손은 지금 지붕의 하중을 받치는 기둥 사이에 서 있습니다. 지붕 위에 3000여명이 올라가 삼손의 재롱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아직 그에게 힘이 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그저 얼마 전부터 자라기 시작한 머리털, 그리고 그 머리털이 의미하는 ‘하나님의 임재’를 신뢰하는 것입니다.
삼손은 거기서 ‘보이지 않는 눈’으로 하늘을 봅니다. 그러고는 “이번만 나를 강하게 하사 나의 두 눈을 뺀 블레셋 사람에게 원수를 단번에 갚게 하옵소서”라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나의 두 눈을 뺀 블레셋 사람에게’를 설명하며 삼손이 마지막까지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복수하려 했다고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제가 신학대학원 다닐 때 구약을 가르쳐 주셨던 김의원 교수님은 이 부분을 해석하면서 히브리어 원문이 ‘나의 두 눈의 원수’인 것에 주목하셨습니다. 이 표현은 삼손의 ‘두 눈 뽑힌 개인적인 원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원수이자 곧 하나님의 원수인 블레셋을 향한 하나님의 사명을 완수하게 해달라는 기도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블레셋은 하나님 나라의 철천지 원수입니다. 여호수아 때 시작된 이 전쟁은 다윗 시대까지 400년간 이어집니다. 지금 하나님을 모욕하는 블레셋은 이 두 눈으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원수인 것입니다. 삼손은 지금 하나님께 마지막 부르짖음으로 내게 사명을 완수할 힘을 달라 구한 것입니다.
삼손의 부르짖음을 우리의 표현으로 바꾸어 봅니다. “하나님, 머리털이 잘리고 눈이 뽑힌, 한때 나실인이었고 당신의 사사였던 저를 좀 봐 주십시오. 그렇습니다 하나님. 저는 그 어떤 것도 요구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압니다. 제가 다 망쳤습니다. 저 때문에 지금 당신이 수치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제발 이번만 나로 강하게 하사 내게 맡기신 사명, 나의 마지막 전투를 감당하게 하옵소서. 나의 이 보잘것없어진 생명을 드리오니, 제발 한번만 내게 힘을 주옵소서.”
제가 전도사 3년 차 때 교육전도사로 열심히 교회를 섬겼습니다. 그런데 사역을 이어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교회 전체가 침몰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섬기던 얼마 안 되는 청년들은 교회를 떠나고, 사건사고가 계속 일어났습니다. 제 맘은 무너졌습니다. 도무지 사역을 더 할 수 없었습니다. 다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매주 설교하고, 영혼을 만나야 했습니다. 날마다 힘들고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그때 묵상했던 말씀이 사사기였고, 바로 오늘 본문의 삼손이었습니다. 그 시절 제가 날마다 했던 기도, 주일을 준비하며 했던 기도가 바로 이것입니다.
“하나님, 오늘 하루만, 이번 한 번만 나를 불쌍히 여기사 나를 당신 능력의 통로로 써주세요.”
우리 하나님은 저의 그 초라한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새 힘을 주시고, 한 주 한 주를 살아내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까지 저를 이곳에 서 있게 해 주셨습니다.
저의 그 기도가 15년 전 단 한 번뿐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저는 지금도 종종 그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갑니다. “하나님 오늘 하루만, 제발 이번 한 번만, 내가 오늘 감당해야 할 이 사명, 이 영혼을 감당하게 하옵소서”라고 말입니다.
아무도 부르짖지 않는 사사 시대였습니다. 그 시대에 인간적인 결함은 많지만 부르짖는 한 사람, 삼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 한 사람의 기도를 듣고 이스라엘에 구원을 행하셨습니다. “삼손이 죽을 때에 죽인 자가 살았을 때에 죽인자보다 더욱 많았더라(삿 16:30)” 이 시대를 향해 비장한 부르짖음으로 나아가는 우리 성도들이 모두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조영민 목사(서울 나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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