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새를 아십니까(히브리서 11장 35∼38절) 2018.6.30
‘바보새’라 불리는 새를 아시나요. 거추장스러운 긴 날개, 우스꽝스러운 물갈퀴, 아이들이 돌을 던지면 그냥 맞으며 뒤뚱뒤뚱 도망가는 새입니다. 사람들에게 쉽게 잡히며 날갯짓을 해도 쉽게 날 수 없는 새입니다. 그러나 폭풍우 치던 어느 날 절벽 위에서 바보새는 비상합니다.
비상이라는 말보다는 그냥 폭풍우에 자신의 몸을 던진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그러고는 6일 동안 한 번의 날갯짓 없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비행하며 두 달 안에 지구를 한 바퀴 돕니다. 이 새는 바로 ‘신천옹’이라고도 불리는 앨버트로스입니다.
바보새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땅에서는 그렇게 환영받지 못합니다. 고통의 인내와 기다림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남들이 가 보지 못하고 갈 수 없는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며 삽니다. 바람의 힘에 의지해 자기를 맡기는 바보새처럼 성령의 힘에 의지해 살아갑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을 보면 정말 바보새의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름도 빛도 없이 이 땅에 살다가 고통 앞에 당당히 믿음을 지킨 바보새 같은 무명 여인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39절은 “이 사람들은 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증거를 받았으나 약속된 것을 받지 못하였으니”라고 했습니다. 이 땅에서는 소망과 승리가 없을지라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끝까지 믿음을 잃지 않고 온갖 고난에도 묵묵히 믿음의 길을 간 것입니다.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 삶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그들은 삶의 고난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고난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근본적 이유는 바로 그들에게 저 높은 곳에 대한 소망과 부활의 확실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심한 고문을 받았다고 했는데 헬라어 원문에 보면 ‘튐파니조’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튐파니조는 사람을 틀에 넣고 죽도록 때리는 고문을 말합니다. 심지어 돌로 치고 톱으로 켜고 불로 태워 죽이는 말할 수 없는 핍박에도 그들은 피하지 않고 받아들였습니다.
둘째, 그들은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믿음을 지켰습니다. 그들은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며 조금은 편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이 시대에도 그리스도인의 세속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 정도는’ ‘이만하면’이라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로버트 핑크는 저서에서 성도들이 세상 속에서 이겨야 할 세 가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신앙을 포기하도록 유혹하는 시험을 이기라’ ‘신앙을 대충 하도록 하는 합리화를 이기라’ ‘세상과 비슷해져 가는 신앙의 틀을 이기라’가 그것입니다. 교회와 성도의 생명은 세상과 구별됨입니다. 바보같이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보며 세상 사람들이 감동받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바보새 같은 그리스도인은 확실한 영생과 부활의 소망을 바라봅니다. 부활과 천국 소망이 초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믿음의 이유이며,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신앙을 지키는 목적이었습니다. 믿음은 영생과 부활 신앙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실에 타협하거나 집착하지 않는 단계까지 가는 것입니다. C S 루이스는 “영원하지 않는 것은 무용지물”이라고 했습니다. 믿음은 영원한 본향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바보새는 자신이 사는 곳이 아니라 더 높이 더 멀리 봅니다. 때론 놀림과 고난을 당해도 좌절하지 않습니다.
고린도후서 5장 1절은 “만일 땅에 있는 우리의 장막집이 무너지면 하나님께서 지으신 집 곧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요,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이 우리에게 있는 줄 아느니라”고 기록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도 천국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서는 안 됩니다. 믿음을 소유하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믿음으로 이 땅에 사는 사람, 바로 우리는 이 시대의 바보새입니다.
장창수 대구 대명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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